[다큐 공감]
정을 배달합니다
고흥 푸드뱅크
기부 식품 배달
배달 트럭
원봉림 마을
다큐 공감 270회 미리보기
정을 배달합니다
오래 전 그랬듯
‘여전히 이웃과 콩 한쪽도 나눠 먹으며 사는’
인정 많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이웃이 기부한 식품을 나눠 주러 다니는
사람들의 배달 길의 기록이자
그 여정에서 만난 고흥 마을 인생의 풍경화
‘식사하셨습니까’를 인사말로 주고받던 시절은
지났지만 지금도 ‘밥 한 끼’의 의미가 절실하고
귀한 이들이 많다.
외롭고 어려운 이들에게 이 작은 음식과 물건은
빈 마음을 채워주는 보약임을 잘 아는 이들이 있다.
푸드뱅크 사람들이다.
노인 인구 비율 전국 최고, 10명 중 4명이 고령인
노인들의 마을...고흥 그래서인지 고흥의
‘푸드뱅크’에서는 전국의 큰 규모의 푸드뱅크와
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배달하기 쉬운 대기업의
완제품보다 텃밭의 갓 딴 채소들, 갓 잡아 올린
생선과 해산물 등 가가호호 이웃집 사람들의
작은 기부들이 더 많이 이루어지는 곳. 기부하는
사람은 특별하지 않고 봉사자들은 정이 넘친다.
기부하고 기부 받는 모습은 시골 마을 인심이
살뜰히 살아있는 풍경화다.
청명한 가을, 아름다운 고흥의 길을 달려가는
초록빛 트럭 한 대를 따라 평범한 이웃이
밥 한 끼를 보태고 나누는 풍경이 일상으로
펼쳐지는 그곳... 우리가 잊고 지낸 情,
그 정을 나누는 일이 그곳에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 사람이 귀해 죽겠는디 와 주니 눈물이 다 나요 -
강한자 할머니 (80)
고흥 마을 중에서도 산골 외딴집에 홀로 사는
강한자 할머니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덥히고
사는 할머니에겐 찬바람이 무섭다. 그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 할머니는 한 달에 두어 번
왔다가는 푸드뱅크 사람들을 손꼽아 기다리며 산다.
3년 전 딸이 암으로 하늘로 간 뒤 할머니는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다. 그 마음을 혼자
삭히다 가끔씩 들리는 푸드뱅크 사람들이 오면
눈물샘이 터진다.
딸이 3년 전에 병에 걸려 저 세상 갔어
보고 잡아 미치겠어 잊을라고
자꾸 밭에 나가는거야.
잠시라도 잊어불라고
■ 자네들 오는 날이 나는 명절이야 -
이봉심 할머니 (80)
고흥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평생 밭일, 바닷일,
갯일을 하며 일생을 보낸다.
평생을 그렇게 보낸 어르신들은 허리며 다리가
온전치 않다.
그 버거운 몸으로 갯일을 나가 조개, 바지락을 캔다.
굽은 허리로 하루를 보내는 일도 버겁다.
혼자 못했던 일, 푸드뱅크 사람들을 기다렸다
해결하곤 한다는 할머니.
오늘은 특별히 염색을 부탁했다.
아이고 자식들보다 낫다
밥 먹었냐 물어보고 추운디 밖에 나가지 마소 그러고...
자식들이 명절날 안 온다고 하니 자꾸 눈물이 나
아들아 보고 싶다~~~
■ 다 서로가 도움 주고 받고 그러고 삽니다.
세상사 다 그런거 아닙니까?
- 사는 것 자체가 자원봉사, 한상희씨 (58)
이웃 사람들한테 음식 나눠주는 걸 일상으로 하다가
푸드뱅크를 알게 됐다는 한상희 씨는 굴 양식을
하다가 큰 병에 걸렸다. 회복되고는 욕심이 없어져
버렸단다. 지금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 갯벌에 앉아 바지락을 캘 때 심지어 고추밭에
고추를 딸 때도 이웃과 나눠 먹을 양을 미리
챙겨둔다. 나누며 산다는 건 한상희 씨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 퍼주면 어떡해요?
옴마 나눠 먹고 살아야지 없는 것을.
돈 들어가는 거 아니고
심어 갖고 노력한 것 뿐인디
아니 날마다 따 갖고 나눠주는데
왜 호박이 잘 여는 거요
전부 임자가 다 있다니까
■ 식품 배달 길에서 인생을 배우다
배달 트럭의 두 청년 최병렬 (39)
‘푸드뱅크’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서른 아홉
최병렬 씨는 배달 트럭을 운전한지 올해 4년차.
여러 직업을 거치며 도시에서 청춘을 보낸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직업이지만 마음을 다해야
온전해지는 이 일이 때로 버겁지만 트럭 배달 길의
여정은 어떤 일보다 뿌듯하고 다른 일을 할 때보다
퇴근길이 좋았다고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기부 받은 물건들을 나눠주고
이야기를 듣는 일은 다시 인생을 배우는 일이었다.
얼마나 이야기가 하고 싶으셨겠어요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저보다 인생 많이 사신 분들이니까....
저희 할머니 같아서..
■ 옛날엔 우리 다 이렇게 살았잖아요~
최경태 홍영자 부부
어릴 때 고향을 떠나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다
다녀봤다는 최경태씨는 결국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배를 타지만 지금은 고향
앞바다를 내 집 삼아 제철 나는 고기를 낚고 많이
낚으면 옆집 사람 먹으라고 나눠주러 다니는게
일상이다. 그 나눔을 넓히니 최근에는 고흥
고향 마을 사람들한테 주라고 식품 나눔 단체
푸드뱅크에도 음식을 보내고 있다. 그런 걸
기부라고 한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단다.
원양어선을 오래 탔는데
고향 고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귀가 번쩍했고.
그렇게 그립데요.
도시에선 어떨지는 몰라도 여기선 이웃이
서로 나눠먹고 사는 건 영원할 겁니다.
옛날에 우리 엄마가 아무리 못 살아도
밥통에 밥 없는 날이 없었어요.
누구라도 와서 밥 먹고 가라고
내가 지금 그러고 살아요.
여기 사람들 다 그래요. 일하고 집에 와 보면
떡이 와 있고 생선이 와 있고....
이건 완전 식구라 식구
■ 우리는 원래 이렇게 살았소
밥 한끼 나눠먹고 살면 그게 바로 식구요
- 원봉림 마을의 할머니들
노인들만 남은 마을
그래도 이웃이 있어 살만하다.
전어가 나면 전어를 나눠 먹고 봄에 나물이 나면
나물을 캐서 전을 같이 구워먹는다.
큰 일이 있으면 손을 보태고 외로우면
옆에 노래 부르는 친구와 함께 하며 마음을 위로한다.
가진 건 없어도 촌에는 그게 좋다
다 나눠먹고 챙겨주고 서로 돕고 사니까
근데 도시 가면 못살겠데. 아따...
윗집도 모르더만 이웃도 모르더라니까 몰라
■ 그러고 다니면 배고프쟈?
내 새끼도 그러고 다니는가 싶어서...밥 먹고 가
- 최순례 할머니 (81)
할머니의 큰 아들은 군대 가서 전사했다.
가장 가슴에 맺힌 일이다.
젊은이들만 보면 자식들 같아 밥 먹고 다니는지
궁금해 한다. 자원 봉사하는 공무원이 그렇게
부럽더라며 다시 태어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우울증에 도움 된다며 화장품을 발라보며
할머니는 세상 없을 소녀가 됐다.
아픈 인생 없는 사람이 없어
아기들 돈 주라고 그러고 학교 다닐 때가
제일로 행복하대요....
다 겪고 난 뒤에야 알제
■방송일시: 2018년 10월 13일 (토) 저녁 7시 10분 – KBS 1TV
■프로듀서: 송대원
■연출: 엄용식
■작가: 박현주
■제작사 : 프로덕션 미디컴
[출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