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미리보기

 

아름다운 도전 2부작

배움, 세상에 눈뜨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을까?

 

물론 학령기엔 스펀지처럼 지식을 쑥쑥 흡수하고

기억력도 좋으니 그 때가 공부하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좋은 때를

놓치고 뒤늦게 배움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 시절처럼 등 떠밀려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배움’을 택한 사람들.

 

그들은 왜 때늦은 배움을 시작했을까?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는 배움

 

가좌마을에서 가장 먼저 집을 나서는

송동안 할머니의 연세는 올해 93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장 먼저 회관에 나와

청소를 해놓고 학우들을 기다린다.

올해 개강 5년째인 마을 학교의 학생은

모두 80세 이상이며 최고령 학생은

올해 95세인 한기열 할머니다. 가난 때문에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봤다는 할머니들.

못 배운 한이 평생 남았기에 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특히 반장인 송동안 할머니는 마을 학교에서도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다. 아흔이 다 돼

시작한 공부를 통해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아갈 때의 기쁨을 태어나 처음으로 맛 본

할머니. 내가 뭘 모르는지 알 수 있어서

받아쓰기 시험 칠 때가 가장 기뻤다고 할 정도로

공부에 푹 빠져 지낸다. 글을 깨치니 잡지나

책을 매일 한 권씩 읽는 취미도 생겼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한다. 한글을

배우니 시도 쓰게 되었고 시화로 완성해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송동안 할머니는 배우면 배울수록 좋은 점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내가 실수하는 것도 알고,

손아래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니 겸손해질 뿐만

아니라 나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않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사람들은 그 나이에 배워서 뭐하냐고

하지만 책가방 들고 학교 가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는 송동안 할머니.

못 배운 한을 푼 할머니는 공부 얘기만 하면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끝이 없어요 공부는 …….

배우면 배울 게 또 있어.

그래서 배움은 끝이 없고 사람이 끝이 있어”

- 송동안 할머니 인터뷰 중

 

 

 

 

낯선 땅에 뿌리 내릴 아이들을 위한 엄마의 배움

 

큰 조선소들이 자리한 도시 울산.

조선소 가까이에 위치한 울산 동구의

한 동짜리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 1년 전 울산으로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들이

모여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으로 탈출해 온

391명 중 158명이 울산에 정착했다. 가장들은

두 조선소 협력업체에 취직했고 가족들은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받았다.

이들은 다른 다문화 가정과 달리 가정 내에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문화적 격차도 심해

더욱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 동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주 교육하고 있다. 공공요금 고지서를

보는 법처럼 생활 밀착형 교육은 물론

한국어 교실도 일주일에 두 번 열린다.

커리다씨도 아프간 한국 병원에서 일한 남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울산에 정착했다.

4남매는 모두 한국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며

활발하게 지내고 있다. 첫째 조할은 시각장애가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선 학교가 멀어서

못 다녔지만 스쿨버스가 있는 한국에선 교육을

받고 있어 커리다씨 부부는 매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조선소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남편은 아이들이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힘든 육체노동도 마다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힘든 남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커리다씨는 뭐든 열심히 배운다. 센터에서

하는 생활정보 관련 교육은 물론 한국어

교육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아프간보다

훨씬 할 일이 많은 한국 엄마의 삶에

적응하느라 바쁘지만 아이들에게 배워가며

집에서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 덕에 이제

간단한 소통은 가능해졌다. 아무 준비 없이

낯선 환경에 살게 된 아프간 사람들에게 ‘배움’은

고마운 디딤돌이다. 아이들을 한국에서 계속

키우고 싶은 커리다씨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한국에 대해 배울 것이다. 엄마의 공부는

낯선 땅에 뿌리 내릴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배웠어요 저도 노력해야죠. 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 커리다씨 인터뷰 중

 

예고 영상

 

 

잊혀져가는 역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배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대학 캠퍼스. 젊은 학생들로 붐비는 캠퍼스에

나타난 노신사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60년 만에 다시 학교를 찾은 75세의 김충한씨다.

그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첫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찾느라 헤매고, PPT로

수업하는 방식이 낯선데다 노안 수술을 했지만

눈은 여전히 침침한 등 60년 만에 다시 수업을

들으려니 여러모로 따라가기가 벅차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던

그는 평생 이력서 쓰는 일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부모님이

일제 강점기 때 활동한 독립투사였음을

알게 되었고, 두 분의 활동 자료를 찾으며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 부모님이 독립 유공자로

나라에서 서훈을 받은 뒤 자식들의 학비를

지원받아 오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던 김충한씨는 광복회에서 활동하며

묻혀 있는 독립 유공자들을 찾아내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했지만

묻혀 있는 분들을 발굴해 내고 서훈을 받도록

도와드리면서 잊혀져가는 역사를 찾아 세상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공적으로

자식들의 학비를 지원받은 김충한씨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또 독립유공자들을

위해 일제 강점기 역사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한창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길을 가야 하는데 그 길을 모르고 가는 것보다

알고 가면 얼마나 편하고 좋습니까.

공부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과정이니까

알고 가면 얼마나 좋아요.

그래서 공부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김충한씨 인터뷰 중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길도 내딛어보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배우는 건, 자신이 몰랐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뒤늦게 배움의 길을 택한

사람들은 배우는데 필요한 건 적절한 시기나

거창한 이유가 아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4월 14일 방송되는 <다큐On>,

‘배움, 세상에 눈뜨다’에서

배움으로 세상을 새롭게 사는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배움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방송일시 : 2023년 4월 14일

(금) 밤 10:50 KBS1TV

■프로듀서 : 송철훈

■연출 : 염상섭

■작가 : 조정은

 

 

[출처] kbs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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