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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특집

 

산사(山寺), 봄의 맛

 

때를 기다렸다는 듯 연둣빛 새순과 알록달록

꽃망울이 차례로 움트는 계절. 봄이 되면 고즈넉한

산사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저마다의

고유한 향과 맛을 품고 올라오는 푸릇푸릇한

봄나물들. 쑥, 머위, 고사리, 두릅 등 늦봄까지

산사에는 다양한 봄나물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건 아마도

신사의 수행자가 아닐까 겨우내 바짝 몸을 낮춰

맵찬 바람을 견뎌낸 강인한 생명력의 봄나물은

그야말로 산사의 수행자에게 봄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 향긋한 봄나물로 차려내는

산사의 봄 밥상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 봄나물에서 깨달음을 얻다

 

“척박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온

푸른 쑥을 보면 저는 희망을 느낍니다.

참고 인내할 것도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올라오는 나물들은

욕심낼 것 없는 중생의 순리를 깨닫게 합니다.“

 

전라북도 장수군 깊은 산중에 자리한 영월암.

겨울이 유난히 길다 보니 봄이 더 반갑다는

정효 스님은 때맞춰 쑥쑥 올라온 봄나물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봄이면 암자 주변에는 쑥이 지천.

봄에 나오는 쑥은 따뜻한 기운을 지닌

약쑥이기도 해 수행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봄나물이라고. 쑥을 뜯고 있노라면 풀에서도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는데... 아무리

짓밟히고 뜯겨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해서

올라오는 쑥의 모습에서 끝없이 반복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정효 스님.

척박한 겨울을 견디고 다시 선물처럼

봄나물이 찾아 올 때면 매년 잊지 않고

자신만의 별식을 준비한다.

 

예고 영상 

 

 

■ 나물 공양 한 그릇에 담긴 의미

 

“ 새로운 계절이 시작하고, 새로움이 움트는

기운을 얻고자 봄나물을 많이 먹습니다.

단지 내 몸만 유지하려고 먹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 갈 수 있는 도를 이루기 위해

먹는 것입니다. ”

 

인천광역시 강화도 정족산성이 에워싸고 있는

천년고찰 전등사. 유서가 깊은 곳인 만큼 공양간의

손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공양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음식은 절에서 채취하고 농사지은

식재료로 만든다는데... 그래서 봄이면 스님들의

손길이 더 바빠진다. 봄이면 전등사 공양에는

가죽, 두릅, 당귀 등 나물로 만든 반찬이 단골로

올라온다. 거기다 보름에 한 번씩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두부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다는데...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찰음식에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두부는

그야말로 스님들을 미소 짓게 하는 최고의 음식.

하나의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려낸 전등사의

나물 공양은 어떤 맛일까

 

■ 자연을 담은 봄맛

 

“이 음식이 오기까지 본래 나물들이 자라난

수고로움도 있고,

또 내가 뜯어서 먹을 수 있는 수고로움도

있기 때문에 정말 소중하죠.

음식이라는 건 아주 소중한 거예요.“

 

경상북도 경주시 고헌산 자락에 위치한 보광사.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인 도량에는 민들레,

두릅, 부지깽이, 취나물, 제피나무 등 다양한

봄나물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홀로 수행 중인 보명스님에게 봄나물은 요긴한

식재료.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는 약수에서

자라는 미나리와 돌아서면 한 뼘씩 자라는

고사리는 자연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보광사의

보물 같은 봄나물이다. 봄나물을 뜯을 때면

금강경을 세 번씩 외운다는 보명 스님. 그에게는

이 또한 기도이자 수행이다. 식재료, 자연에

대한 고마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까지

생각해보는 시간. 그래서 사찰음식은 입보다는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 제철 봄나물로 차린 山寺의

소박한 한 그릇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만나본다.

 

■ 방송일시 : 2023년 5월 26일

(금) 밤 10시 50분 KBS1TV

■ 연출 : 박기흥, 박병철

■ 글/구성 : 강유정

■ 제작사 : 황금나무

 

 

[출처] kbs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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