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On 미리보기

 

오곡도에 봄이 오면

 

정기 여객선이 끊긴 고립무원의 섬, 오곡도.

50가구, 300여 명이 넘게 살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는 학교도 사라지고

전경 초소도 폐허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곳에도 공평하게

계절은 돌아온다. 빈집이 더 많아진 섬에

가장 먼저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삶, 누군가에게는 안식처,

누군가에게는 놀이터가 되어주는 오곡도는

올해도 어김없이 하나의 터전이 되어

봄을 누리게 한다.

 

8명 남짓한 주민들만이 남은 작은 섬.

소박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오곡도의 봄을 담는다.

 

 

 

 

▶‘삶의 무게를 이고 지고...’

섬을 지키는 사람들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에 속하는

작은 섬 오곡도. 생김새가 까마귀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오곡도는 과거 50가구

300여 명이 넘게 살던 활기찬 섬이었다.

이제는 다 떠나고 8명 남짓의 주민만이 남아

섬을 지키며 살고 있다.

 

오곡도에서 나고 자란 오곡도 토박이

고정옥(81) 할아버지는 섬의 이장이자 어촌계장.

초등학교도 생기기 전이던 어린 시절엔 서당을

다녔고, 전기가 없어 호롱불을 켜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놓는 할아버지는 섬의

살아있는 역사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습관처럼 밭으로 나가 부지런히

일을 하는 아내 박두연(78) 할머니와 함께

고깃배를 띄우고 씨앗을 뿌려 자식 넷을 키워

뭍으로 떠나보냈다.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여객선이 끊어진 지 오래인 오지 중의 오지

오곡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육지와 가까운

섬에서 낚싯배를 빌려 타고 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섬에 물까지 부족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상이 수두룩하다. 자식들은

살기 편한 도시로 떠나보냈지만 그럼에도

‘내가 난 곳’이 제일 좋다며 여전히 섬을 지키는

사람들. 오늘도 장작을 지피고 밭을 일구며

부부에게 주어진 오곡도에서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낸다.

 

예고 영상 

 

 

▶’나는야 오곡도가 좋아라‘

여러 모양의 행복을 찾아온 곳

 

오곡도에는 ‘오실이 쉰 두 강정’이라는 말이 있다.

‘오실이’는 오곡도의 옛 지명이고, ‘강정’은

해안 바위 사이의 절벽 틈 계곡을 일컫는 말이다.

오곡도에는 절벽 틈 계곡이 52개가 있으며,

그만큼 험한 지형을 가진 섬이라는 뜻이다.

험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주민 중 일부는 제 발로

오곡도로 찾아 들어왔다. 섬의 남쪽 마을에서

염소와 닭을 키우고 문어와 전복 등의 해산물을

직접 잡고 채취해 먹으며 살아가는

고재용(64), 이정숙(64) 씨 부부가 그런 경우다.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치고 5년 전 섬에 정착한

고재용 씨는 오곡도가 고향이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일찍이 고향을 떠나 통영 시내에 살았던

그는 어린 시절 소를 몰고 옥수수를 따 먹으며

자란 추억을 잊지 못하고 고향에서 진득하니

살아보고 싶어 돌아왔단다. 부친은 돌아가시고

고향 친구들도 모두 도시로 떠나고 없지만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이정숙 씨와 함께

서로를 둘도 없는 친구로 삼아 소박하지만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고재용 씨 부부 외에도 각자의 삶을 찾아

오곡도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이 섬은 살기에

불편한데 왜 하필 이곳이냐 물으면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답한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는 섬’이라고.

사람은 적지만 덕분에 다른 생명이 넘치는 섬.

경사가 가파르고 밭이 삐딱해서 농사짓기가

불편하지만 굴러 죽은 사람은 없으니 괜찮다는

만족을 가르쳐주는 섬. 주민들은 오곡도가 주는

여러 모양의 충분한 행복으로 삶을 가꾸어 간다.

 

▶ 오곡도에 봄이 밀려든다

 

오곡도의 해발 153m 남짓한 마을 야산은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겨울에도 방풍나물이

자라는 등 먹을거리가 다양해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바다를 헤엄쳐 들어올 만큼

풍성한 섬이다. 더욱이 봄이면 머위, 쑥, 두릅,

달래, 냉이 등의 봄나물이 지천으로 넘쳐난다.

 

때문에 오곡도 주민들에겐 자식들의

방문만큼이나 반가운 계절이 봄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더욱 번성한 자연은

봄이면 그 풍요로움을 맘껏 뽐낸다. 직접 구해다

심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이 자연스레 퍼져 거저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주민들은 봄이면 저절로 부지런해진다.

 

남쪽에 위치해 빨리 봄기운이 도달한 오곡도엔

여기저기 동백꽃길이 깔린다. 그 길을 거닐고

산에서 캔 쑥으로 쑥버무리와 도다리쑥국을

만들어 소박한 밥상을 나누다 보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고립된

섬이지만 결코 고독하지 않은 섬 오곡도.

그곳의 생생한 봄기운을 전한다.

 

■ 방송일시 : 2023년 3월 31일

(금) 밤 10시 50분 KBS1TV

■ 책임 프로듀서 : 손종호

■ 프로듀서 : 송철훈

■ 연출 : 김세건

■ 글·구성 : 조민경

■ 내레이션 : 배우 박철민

■ 제작사 : ㈜알파타우러스

 

 

[출처] kbs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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